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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2011/あゝ、荒野_2011

[부타이 감상기 6 | 마지막] 아아, 황야 _ 2011.11.18 ~ 11.19



이제 흰 바지만 입고 당당한 상반신을 드러낸 신지는 서서히 스탭을 밟으며 펀치를 앞으로 뻗는 권투 자세를 취하며
음악은 경쾌한 팝으로 변한다. 그리고 코치에게 시합의 의지를 밝히는 신지.
자신은 얼마든지 바리깡을 받아들이겠다고. 그 녀석은 좋은 녀석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너희들(자살연구회 회원 등 등장인물들)과는 다르다고 열변을 토한 신지는 바리깡은 자신의 친구라고 외치며 권투자세를 멈춘다.


이 때 당당히 선 신지에게 달려와 안기는 요시코.
모든 싸울 준비를 마친 신지는 자신에게 안기는 요시코를 있는 힘껏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요시코는 신지를 외치지만 신지는 이미 초인으로 우뚝 선 상태.
무대를 내려선 쥰님은 B에서 F로 이어지는 왼편 통로에 내려오시더니 중간 지점에서 멈춰서 
자신은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며 얼마든지 바리깡을 안아주겠다고 다시 한 번 선언한다.


19일 2부 공연 때는 쥰님을 마지막으로 가까이 볼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이때부터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제발 그대로.. 셔츠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 내 자리까지 달려와 달라고 어찌나 빌고 또 빌었는지....


드디어 선언을 마치고 힘차게 통로를 달려 나가는 신지!
나는 이 때다 싶어서 고개를 한껏 앞으로 내밀고(지나가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렸는데
쥰님이 달려나가는 순간... 그러니까 F지점에 도달하기 전부터 조명이 모두 꺼지며 통로가 일순 암흑으로 변해버리는 거다.
그리고 어느새 바람처럼 달려가 F지점을 꺾어 C의 문으로 달려나간 쥰님.
고개를 앞으로 빼고 있는 상태에서 쥰님도 달려 나가느라 몸을 숙인 상태였기 때문에 일순간
얼굴과 얼굴이 비슷한 지점을 스쳐지나갔다는 감각은 있는데...
아쉽다.. ㅠ.ㅠ 조명은 왜 꺼져가지고.. 헐


무대가 조명이 켜지면 시계탑 같은 모형의 무대가 세워지고 그 위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자살연구회 회원.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목숨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해프닝에 그친다.
(이 때 조용히 흐르는 캐논의 변주곡)




이어 무대는 막 같은 것이 세워지고 앞 쪽에 대전을 앞둔 신지와 바리깡이 각자 가운을 걸치고 시합 준비를 하고 있다.
신지는 왼편, 바리깡은 오른편에서 각각의 코치들이 글로브에 테이프를 붙이며 시합 준비를 하고 있고
두 사람 모두 오늘 경기에서 자신감을 보인다. 그리고 바리깡이 시합을 하러 지나가는 신지에게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하지만 신지는 대답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무대에 다시 한 번 커다란 링이 등장.
가운에 달린 모자를 벗으면 그동안 올백으로 포마드기름을 바른 머리가 어느새 촉촉이 젖어 앞머리가 내려와 있는데....
쥰님 ㅠ.ㅠ
개인적으로 올백머리, 레전드 머리가 취향이 아닌지라 이 부분이 되어야 쥰님의 모습이 더 취향이 된달까.


각각의 시합을 준비하는 신지와 바리깡. 물을 마시고 입에 마우스피스를 물고는 드디어 결전에 나서는 신지.
이미 파파사진에 공개된 대로 오른편 코너를 활용하는 신지는 빨간 팬츠에 빨간 글로브를 하고 있다.
J는 아카가 스키니까..ㅋㅋㅋ



초반의 시합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호흡이 꽤 잘 맞아서 매끈하게 시합 장면을 연출한달까.
게다가 쥰님 피부가 너무 하얘서 정말 눈부심 ㅠ.ㅠ 코이데에 비하면 날렵하고 미끈한 몸 ㅠ.ㅠ
게다가 처음에는 뽀송뽀송 몸이 중반 슬로우모션 이후 그야말로 땀범벅이 되시는데 그 때는 정말 싱싱한 고등어도 아니고
아니다 반짝 반짝 빛나는 것이 은갈치인가.. ㅠ.ㅠ


중반 이후는 두 사람 다 정말 땀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몸에 물을 뿌리는 거 아닌가 싶어서 19일 1부 공연 때는
쌍안경으로 집중적으로 쥰님의 입에 물을 흘려 넣어 입안을 행구게 도와주거나 몸을 닦아주는 아저씨
하나하나를 다 체크했는데 오일이라던가 물을 몸에 바르는 페이크 없이 정말 쥰님과 코이데이 땀이던..
특히나 그 앞머리가 내린 이쁜 모습이 땀에 젖어가는 모습이란...
정말 황홀하다. 땀인데 냄새나는 분비물일 뿐인데.. 왜 쥰님 몸에서 나오는 건 성수보다 더 고결하고 아름답단 말이냐... 하흑...


여튼 시합이 진행되면서 링 주변의 관객들도 점점 늘어나는데 그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른편 벽에 올로 가만히 기대고 서 있던 1막의 죽은 창녀. 그녀는 하늘을 날던 흰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마치 코이데의
죽음을 예견하고 미리 그를 데리러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관객들의 함성과 음악이 더해지며 시합은 열기를 더해간다.
신지의 몸놀림은 다부지고 날렵해서 초반부터 가볍게
바리깡의 몸을 파고든다. 점차 펀치가 더해가며 기력을 서서히 풀려가는
바리깡은 신지에게 몸을 기대기도하고 다리도 풀리는 모습이다.
그러던 중 3라운드인가 4라운드인가 경기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을 무렵,
코너에서 몸을 풀고 나온 신지는 바리깡이 좋아했던 것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외친 후(마치 레퀴엠이라도 읊듯이)
결의를 다지고 링 위로 나서고


신지의 강력한 펀치가 바리깡의 턱을 강타하는 순간
링 위의 모든 순간은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모든 동작이 일순 멈추고
프로콜 하럼의 ‘A Whiter Shade Of Pale’이 다시 흐르며
두 사람만의 대결.... 슬로우 모션으로 신지와 바리깡의 결투가 펼쳐진다.
바리깡은 신지의 펀치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펀치의 카운트를
힘들게 세면서도 자신의 의식을 독백을 뱉어내는데
체력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두 배우 모두 열연이 빛나는 순간.
무대를 조금 더 가깝게 본 밍님의 표현으로는 슬로우 모션을 연기하는
쥰님의 다리는 후반부에 가면 미세하게 떨리기도 한다는데
정말 그 말이 십분 이해가 될 정도의 집중력과 체력을 요하는 장면.
그러니 두 사람모두 그렇게 땀범벅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게다가 또 칭찬을 해줘야하는 것이 두 선수 외에도
링 주변을 둘러싼 전 출연진들.
전 출연진들은 두 선수와 같이 각 경기장의 응원 상황을 슬로우모션으로
연기를 하는데 그 난이도가 또 장난이 아닌.
이 거대한 슬로우 모션 연기는 영화의 고속촬영보다도 더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는데 괜스레 보는 내 숨조차도 턱턱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한가지, 당시는 맞으며 자유를 갈망하고 끝까지 버텨내는
마음의 독백을 같이 해야 하는 바리깡의 처절한 외침이
정말 대단한 연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당시의 기분과 감정을 그나마 대사로 표현하는 바리깡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쥰님은 그저 펀치를 통해 바리깡에 대한 연민과 자신의 의지를 담아내야 했으니 어쩌면 더 어려운 연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90대에 가까운 펀치를 맞아대던 바리깡 눈앞에는
어느새 황야가 펼쳐진다.





마지막 펀치에 결국 바리깡의 몸은 신지의 발밑에 무너지며
거대한 천둥소리와 함께 링 위의 두 선수와 심판,
그리고 각 코너의 코치와 스탭들은 물론 전 관중들의 움직임도 일순 멈춘다.
피투성이가 된 바리깡의 시신을 안고 있는 신지.
조용해진 회장에는 바리깡의 죽음을 알리는 사망진단서가 나직하게 읽혀진다.


사망진단서가 다 읽혀지고 난 후
바리깡의 시신을 안아든 신지는 눈에 가득 눈물을 머금고
길고긴 절규를 외치며 극이 끝난다.


아.. 정말.. 거대한 소용돌이 같은 클라이맥스에서 갑작스런 충격의 라스트로 정적을 만드는 니나가와상. ㅠ.ㅠ
게다가 이 침묵의 여운을 길게 가져가기 보다는 라디오 헤드의 ‘Creep'을 틀면서 배우들의 인사를 바로 시키다니...
정말 약았...


링은 이 때 뒤로 이동을 해서 쥰님과 코이데, 카츠무라상의 주요 캐스트들은
뒤쪽에서 감정 수습을 좀 하고 땀도 닦고 후에 인사를 하러 내려오는데
간간히 자기들까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커튼콜 중에서는 해프닝이 많았던 19일 2부의 커튼콜이
분위기가 너무 좋았는데 객석의 박수도 가장 뜨거웠고(뭐 매회 기립박수지만) 박수를 받는 쥰님의 표정도 꽤 좋았다. 뭐 팬들이 끈질기게 박수를 쳐대서 앞에 두 공연보다는 한번 더 나와서 인사를 해주시기도 하셨고.. 또 인사하면서 코이데와 카츠상 등과 장난을 치기도 하셨고...


뭐.. 극을 보면서 느낀 감정들은 간간히 써 내려가긴 했는데
일단 연극 자체가 참 재밌고 역동적이었다. 특히나 2막의 흐름과 흡입력은
정말 최고인데, 여기에 다양한 캐스트들을 마치 합창처럼 조율하는 연출이 꽤 인상적이었다.
삽입곡들도 워낙에 강렬했고...  영화도 아닌 연극이 이렇게 임팩트가 있을 수 있는 건가?
그동안 많은 평론에서 연극 극찬을 하고 왜 니나가와상 연극이라는지 다시금 그 파워를 느끼기도 했고.. 할아버지가 참 정열적이시라는...
게다가 <백야의 여기사> 때보다 쉬운 흐름이 더 즐겁게 극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쥰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뭐.. 끝이 없는데... 일단은 쥰팬이라면 이 연극을 꼭 봐야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냥 가장 단순한 이유 중 하나는 꽤 가깝게 쥰님을 본다는 것이다.
진짜 돔 콘서트만 보다가 아오야마극장에 들어서면 굳이 비싼 자리가 아니어도 참말로 쥰님이 가깝다.
그의 범 우주적인 미모를 이렇게 가깝게 흠모할 수 있다는데 뭐가 더 필요하랴.
그 다음에 캐릭터다. 뭐.. 앞으로 쥰님은 더 다양한 역할을 맡아서 연기하시겠고, 이미 <도쿄타워>에서 유부녀만 홀리는
반항적인 코우지를 연기하기도 했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미덕으로 대부분 이야기하는 일본 드라마에서는 만나기 힘든 불량건달 모습.
게다가 밤비노의 열혈노력가 모습이라던가, 비토의 억울한 모습, 타이가의 순둥이 캐릭 등에 도묘지의 독기가 빠질 대로 빠진
선량한 쥰님만 몇 년간 보아온 쥰 팬들에게 소리 지르고, 노려보고, 담배를 피우고, 아름다운 육체를 서슴없이 자랑하는 신지 캐릭이야말로
간만에 먹어보는 톡 쏘는 매운맛이랄까...


그리고 이번 쥰님의 연기는 무엇보다 대단하다.
사스케 때의 컨디션 난조나 목소리 관리 실패 등의 육체적인 한계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사스케를 연기하는 쥰님은 연기만으로는
100%라 말하기 망설여지는 부분이 좀 있었다.(사스케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라면 나는 100%를 확언한다)
이유는 연기가 서툴러서가 아니라 사스케를 필사적으로 연기하는 쥰님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어찌된 영문인지 무대 위에 쥰님이 있다. 신지가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보기엔 쥰님이 있었다.
그리고 그 쥰님은 너무나 여유롭게 자신의 한편에서 신지를 꺼내더라.
사스케 때의 쥰님은 필사적으로 자신을 사스케화 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자신 안에서 여유롭게 그 캐릭터를 안정감 있게 연기를 하더라.
커튼콜 때만해도 마지막 순간에는 신지의 여운을 가지고 있지만 금방 카츠상이나 코이데와 이야기를 나누며 눈빛을 바꾼다.
이런 여유 때문일까. 무대 위의 신지는 더욱 폭발력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역시 몸이다.
몸 팬인 나로서는 복서역이란 이야기부터 설렜던 몸.
물론 개인적으로는 근육이라는 장애가 좀 있긴 했는데 다행히 쥰님의 근육량은 그리 많지 않았고
(그래도 매끈한 팔이 더 취향이긴 하다)
여튼 쥰님은 오랜 트레이닝으로 무려 식스팩을 만드셨고 복서 역할에 어울리는 몸으로 무대 위에 섰다.
게다가 신지의 몸은 바리깡이 갈망하는 이상화된 몸 그 자체이기 때문에 완벽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근육도 근육이지만 쥰님의 타고난 자체발광 미모가 정말 빛을 발하는 역할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정말로 “이 몸이 나다!!!”라는 선언을 했을 때 거부감 없을 절대 존재감의 배우. 이건 타고나는 거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쥰님처럼 선택받은 배우만이 가능한.
그리고 무대 위에 대부분의 노출 장면들이 하나도 저급해보이지 않았던 부분도 쥰님의 고져스한 미모가 정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 이미 아니다. 그리고 빛나는 현재 일본 최고 정점의 아이돌.
니나가와 할아버지는 그 매력을 유감없이 이용했다.


아.. 그리고 사진들을 올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쥰님 팔의 그 멍자욱 같은 상처는 꽤 상처로 아예 자리를 깊게 잡은 모양이더라.
쌍안경으로 보다보니 여전히 보이더라.


여튼 이 시점에 이런 쥰님의 박력있고 멋진 연기와 미모를 나마로 맘껏 즐겼다는 건 너무 행복했다.
부타이 발표 전에는 여러 생각이 많았지만 역시 매번 다른 마츠모토 쥰을 만나는 일은 어떤 방식이든 기쁘다.
게다가 드라마가 결정된 이후라 더 느긋하게 새로운 쥰님을 즐기고 왔는지도 모르겠다.
쥰님을 좋아한지도 곧 9년. 
아직도 그에게서 보고 싶은 부분은 무궁무진하며, 아직도 감탄하고 전율할 일은 까마득히 많이 남았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