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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2011/あゝ、荒野_2011

[부타이 감상기 4] 아아, 황야 _ 2011.11.18 ~ 11.19



다시 장소가 바뀌면 두 개의 바(술집)가 나온다. 이 가운데 오른편 술집에는 코치와 신지가 등장해 경기 승리를 축하하는 술을 마시고 있고,
왼편 바에는 여자 둘이 술을 마시고 있다. 여튼 신지는 이 자리에서 자신은 히어로가 될 것이라고 유명해져서 잡지 표지에도 실리고 
TV에도 나올 꺼라고 포부를 밝히는데, 전직 소설가였던 걸음걸이가 불편한 술집주인은 그런 신지를 냉소적으로 비웃는다.
재미있는 게 와세다대 출신 지식인을 비웃는 것이 소년원을 출소한 3류 삶을 사는 신지이고, 강한 육체의 소유자 신지를 비웃는 것이 
절음발이라...  여튼 코치는 양주를 마시고 신지는 맥주를 마시는데 이 때 신주가 마시는 맥주는 상표를 손으로 가렸지만 쌍안경으로
보니 기린 맥주. 팜플렛에 보니 스폰서 중에 히타치와 기린맥주가 있던데 역시 쟈니스를 캐스팅하면 스폰서까지 같이 들어오는 건가...


왼편 바에는 바리깡과 함께 술집 주인이 등장해 즉석 요리를 만든다. 바리깡이 대사를 치는 중이라도
내 시선은 당연히 신지와 코치의 바로 가기 마련인데 그 와중에도 술 집어 달라고 앙탈부리는 카츠무라 상이라던가
자기 맥주 더 따라마시는 쥰님이라던가 둘이 소근거리는 연기라던가(설마 잡담은 아니겠지?) 구경하는 재미가 꽤 깨알 같았음.
게다가 신지가 셔츠 단추를 늘 3개 정도 잠그질 않아서 가슴팍이 깊게 보이는 편인데
그게 바의 타이블에 앉아 있을 때는 깊게 파인 가슴팍을 보는 재미가 또 ㅠ.ㅠ 학학학...
사실 이 두개의 바 장면은 복싱에 대한 신지와 바리깡의 싸움 방법이나 마음가짐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비 장면이었을 터인데 이렇게 신지와 바리깡이 동시에 나오면 시선은 압도적으로 신지를 따라가니까.. ㅠ.ㅠ
그래도 이 부분에서 바리깡을 두둔하고 오히려 자신은 약하니까 냉정히 분석한다고 약한소리하는 신지를 보는 것은 신선.
신지가 바리깡을 얼마나 신용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장면 중 하나지 아니었을까(최고는 놀이터 장면)
여튼 이야기가 끝난 후 만취한 코치는 술집에 남아 술을 더 마시고 신지는 술집을 나와 무대를 한바퀴 휭 돌더니 그리고 퇴장
(이 장면이 쥰님 1막 마지막 장면)





그리고 코이데가 있었던 왼편 술집 쪽에는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술취한 손님이 한명 나오고 또 그 어머니로 추정되는 창녀도 나오는데
이건 원작을 끝까지 안읽어서 원작에 나온 부분인지, 테라야마 슈지의 기본 세계관을 반영한 것인지는 모르겠음.
여튼 이럽 씁쓸한 대화 뒤에 파헬벨의 캐논변주곡을 기본으로 한 토가와 쥰의 <번데기 여자(蛹化の女)>가 흐르면서 1막이 끝을 맺는다.
이 노래는 이번 연극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나무 밑에 애벌레로 가득한 곳에서도 번데기를 통해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내용이 마치 <아아, 황야>의 대부분의 사람들(애벌레)과 또 부활에 성공한 눈부신 신지(?)를 연상 시키는 듯했다. 
 

 

(사실 <아아, 황야>의 무대 중 무대 가득 덮이는 네온사인이 주는 운치가 또 대단한데 객석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 화장실 가는 길에
1부를 마치고 로비 앞 티비 화면으로 무대를 살짝 찍어봤다. 역시 카메라로는 그 감동이 잘 안전해지네 ㅠ.ㅠ) 




3. 2막


18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화장실을 다녀오다 조금 늦게 회장안으로 들어 섰더니 어느새 쥰님이 무대 위에 나와 요시코를 붙잡길래 깜짝.
19일부터는 2막이 시작하기 전 일찍 자리를 잡고 앉아 쥰님을 기다렸다. 2부에서는 객석의 불이 다 꺼지기 전에 요시코 역의 요시코 하루가 C문으로
들어와 내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무대에서 봤을 때보다 가까이서보니 얼굴에 솜털이 막 남아있는 보송보송 얘기...


뭐.. 쥰님도 저런 아이와 이제 연기를 하면 귀엽단 생각 들 정도로 나이먹었겠구나 싶은 것이..(마치 쥰님이 각키만 해도 귀엽게 동생처럼 대하셨듯) 
또 한편으로는 객석 전체에서 "너 같은 듣보잡은 뭐냐?? 뭔데 쥰님의 몸 구석구석을 탐하는 것이냐?"라는 여성팬들의 악의적이 오오라가 가득한 무대를 유유히 지나가는 어린 여배우를 보면서 어린 나이에 압박이 컸겠구나라는 동정심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우주미남과 살과 살을 맞대고 연기를 하는 걸.. 역시 복받은 년이 틀림 없어....




여튼 2막은 빨간 레인코트에 빨간 장화를 신은 요시코가 등장해 무대에 오르면 잠시 후 무대 왼편에서 등장한 신지가 그녀를 잡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녀에게 몸으로 자신의 돈을 갚으라는 신지. 그런 신지에게 요시코는 자신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며 자기를 안는 것이 무섭지 않냐고 말하며 어두운 과거를 이야기한다. 무대 오른편에 서서 무표정으로 그런 요시코의 이야기를 듣던 신지는 크게 하품을 하더니 자기는 그런 거 흥미 없다는 식으로 자기는 여자의 이야기는 신용 안한다고 냉담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이 부분의 신지는 너의 개인사 따위엔 관심 없어!라는 냉정한 신지보다는 그런 과거 따윈 자유롭게 잊고 살라는 배려처럼 느껴지기도 했음. 여튼 또 베츠니를 연발하며 나는 너와 하고 싶을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신지.




그리고보면 이 즈음에서 신지가 담배를 또 폈던가? 아.. 역시나 기억이 또 가물가물...
여튼 그런 신지에게 늦었다며 자기는 결혼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신지는 그거 조차 관계 없다고 결혼 따위는 다른 사람이랑 하면 되고 자기는
너랑 자고 싶을 뿐이라고 육체적인 관계만을 강조하는 신지. 정말로 신지가 믿는 것은 육체 밖에 없는 듯.
자신의 육체.. 그리고 요시코의 육체... 과거나 마음 따위는 모두 부정하는 신지.
아마도 그것이 신지가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또 그래서 황폐한 이유도 되겠지...


근데 이 장면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요시코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무대 뒤를 빙빙 돌다가 신지에게 안겼다
안다를 반복하는데.. 18일 오전에 좀 놀랐던 점은 쥰님이 요시코를 뒤에서 안으며 가슴을 만졌다는 것. 으와..
이분 꽤 제대로 연기하시네.. 하며 보긴 했는데 역시 생으로 다른 여배우와 그런 러브러브한 장면을 연기하는 걸 보는 건 역시나
조금은 쇼크(딸이라며!!!) 이후 19일에는 뒤에서 안으며 가슴을 직접 만지는 것은 하지 않으셨는데(주변으로는 역시 손이 가지만) 
19일 오전에는 요시코가 신지의 셔츠에 손을 넣은 후에 쥰님 가슴팍에 붉은 자욱이 한 몇분간 생겼다는 거... 
손을 집어 넣다 손톱이라도 닿은 게 아닌가 싶은데 19일 오전 공연은 그야말로 2층에서 쌍안경으로 쥰님 몸만 보고 있었으니
그런 거까지 보면서 피부 약하다고 모에.. ㅋㅋㅋ




무대가 다시 바뀌고 TV에서 정글짐 장면으로 많이 나왔던 공원 장면으로 바뀐다. 공원에 혼자 있던 바리깡에게 경찰 두 명이 다가와
창녀가 죽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며 뭔가를 묻는다. 경찰이 무대를 대려와 오른편 통로로 내려가려고 하는 무렵 바리깡은 용기를 내어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을 하는데 경찰들은 바리깡의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며 괜찮지 않냐고 이야기하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결국 바리깡은 공원에 있는 한 부랑자에게 자신의 범죄와 삶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으며 그것을 복싱을 통해 쟁취하고 싶었는데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마지막에는 A Whiter Shade Of Pale이 또 흐르며 기차 소리와 함께 기차비 75센트와 함께 자기를 어딘가 데려가달라는
바리깡의 절규가 이어지고 어느새 공원에는 부랑자는 사라지고 신지가 걸어나와 벤치에 앉는다.


 
처음 도쿄에 왔을 때 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사람.
두 사람 모두 거대한 도시 도쿄를 비현실적으로 느끼고 유령처럼 여기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나누고
신지는 본인 스스로가 신기루로 사라지기 전에 가끔은 여자와도 자고, 잠도 잘 자고 삶을 즐기라고 바리깡에게 충고를 해준다.






그리고 정글짐에 올라가 바리깡에게도 정글짐에 올라오라고 손을 내미는 신지.
조금만 올라와도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고 바리깡에게 정글짐 위의 세상을 보여주는 신지.
이어 세상도 자신도 모두 신기루라고 외치는 바리깡과 신지. - 그 환상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황야 속을 발버둥치는 사람들.
(그러게요.. 쥰님 같이 완벽한 존재는 마치 환상과 같은 거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