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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2011/あゝ、荒野_2011

[부타이 감상기 5] 아아, 황야 _ 2011.11.18 ~ 11.19


장면이 바뀌면 무대는 다시 오른편과 왼편으로 분할.
오른편에는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코치와 바리깡이 있으며, 조명은 이들을 먼저 비춘다.
이야기의 내용은 바리깡이 체육관을 그만두겠다는 것이며, 이유는 신지와 싸워보고 싶기 때문.

 




반면 왼편의 호텔 침대 세트에는 요시코와 신지가 이불 안에 누워 있다.
사실 놀이터 장면에서 그대로 바리깡은 쇼파 장면으로 넘어간 거고 신지 역시 침대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 조명이 바리깡으로 가 있는 동안
쥰님은 다시 한 번 침대 이불 안에서 옷을 벗으시는데...
약한 조명 아래 라인만 어슴푸레 보이는 데서 옷을 벗으시는 모습을 보는 게 꽤 참을 수 없는 흐뭇한 감정을... ㅋㅋ (이 연극 은근 언니들의 검은 욕망 많이도 만족을 시켜주던. 뭐.. 한 이불 안에서 옆에 누워 쥰님 옷 갈아입는 거 지켜보는 어린 여배우는 얼마나 더 좋으랴 싶긴 하지만..ㅋ)





여튼 바리깡의 멘트가 끝나면 조명은 다시 왼편 침대로 비춰지고 이불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방금 행위를 마치고 난 후.
요시코는 어느새 신지와의 육체관계에 아주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어 신지는 머리맡에 놓인 떠나가는 바리깡의 편지를 읽는다. 옆에서 담배를 피우며 이번 대전 상대는 누구냐고 묻는 요시코.
하지만 바리깡의 편지를 읽으면 읽을수록 신지의 표정은 심각해진다. (아우... 쥰님 살이 진짜 뽀얗고 하얀데. 이 때 조명까지 온 몸에 받으니 정말 눈이 부시던 장면 ㅠ.ㅠ)
그리고 요시코의 물음에 답하며 바리깡과의 다음 대전을 각오하는지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그것이 바로 이번 <아아, 황야>
파파라치 사진 중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담배 장면 ㅠ.ㅠㅠ.ㅠㅠ.ㅠㅠ.ㅠ (위의 왼편 사진)
1막 첫 번째 담배장면이 조금은 터프한 남자의 자세였다면 2막의 담배장면은 진짜 쥰님의 가늘고 긴 허리니까 가능한 라인인데.
옆으로 살짝 몸의 중심을 실은 그야말로 요부와 같은 담배피기 장면. 역시나 터프한 쥰님보다는 나는 이런 쥰님이 더 참을 수 없이 좋음.

 



이어 신지에게 안기며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요시코는 진짜 복 받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쥰님을 만지는데...
그리고 쥰님이 요시코를 뒤에서 안는 위의 파파라치 사진과 같은  모습은 19일 2부에서나 간신히 봤음.
왜 앞의 2회에서는 안하시는 겁니까?? 그런 거보면 침대에서의 두 사람 장면은 거의 애드리브인 듯.
개인적으로는 ‘청초 쥰리엣’이라고 부르는 침대 반대편에 엎드려 담배피우는 장면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내가 본 3번의 연극에서는 이 자세는 없었음....쿠소... 사이타마 한정인가 ㅠ.ㅠ


가운데 있는 정글짐에 자살연구회 사람들과 거리의 부랑자들이 매달려있다.
인간의 유약함과 절망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눠지고 오른편에서는 다시 바리깡과 코치의 대화가 이어진다.
신지와의 대결을 걱정하는 코치와 챔피언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바리깡(여기서 바리깡이 꿈꾸고 동경하는 것이 아름다움이여서 더 맘에 들었음). 최선을 다해 싸우고 진 선수들도 아름다웠다고.


그리고 마치 무대는 삼중창처럼 결혼을 조르는 요시코/인간의 절망을 이야기하는 자살연구회/신지와의 대결을 꿈꾸며
결의에 찬 바리깡의 대사가 번갈아 오며 점점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이 때 무대에는 낮게 번데기 여인의 노래(캐논)가 흐른다.


일단 다른 배우들이 대사를 치는 동안 쥰님의 모습이 또 최고인데...  요시코는 일어나 원피스를 입고 그 사이 신지는
냉장고에서 오로나민 C를 꺼내 마시는데 18일 오전에는 반 정도 마시고 요시코에게 병을 넘기면 요시코가 남은 오로나민을 받아 마시고,
19일 1부에는 쥰님이 거의 다 마시고 넘겨줬는데 요시코가 무려 탈탈 털어 마셨...
그리고 19일 2부에는 결국 쥰님 혼자 다 마시는데 성공! 다른 건 몰라도 오로나민은 나눠 마시지 마세요~~ ㅠ.ㅠ
그리고 신지 역시 바닥에 떨어진 바지와 셔츠를 입는다.
 



이어 결혼을 원하는 요시코에게 아이는 몇 명을 원하냐는 신지.
그럼 오늘부터 빨리 서두르자는 신지가 요시코와 다시 침대에 뛰어들려 하자



천둥소리와 함께 무대 사람들의 배신자!!!
라는 외침이 들리며 신지 역시 행동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그 장면의 파파가 위의 사진인데.. 뒤 돌아보는 날카로운 쥰님 눈빛이.. 아흑...
요시코와 안주하려는 신지를 향해 코치나 자살연구회 사람들, 담포포 사장 등의 비난이 쏟아지는데
이어 사람들의 너는 누구냐? 라는 외침과 번개가 치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사람들의 공격을 향해 웃기지 말라는 신지.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당당하게 노려보는 쥰님 진정으로 벗지 않아도 멋졌)



그리고 주말에 유원지에 가족이나 끌고 가는 삼류 부량아일 뿐이라고 비웃는 자살연구회사람들과
바리깡에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코치의 외침을 향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 위에 일어서 대답하는 신지.
자기는 바리깡과 싸워 이길 꺼라고. 바리깡을 죽일꺼냐는 말에는 죽일 생각은 없다. 그가 원하는 대로 해줄 뿐이라고 답하는 신지.
그러며 침대에 내려선 신지는 무대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며
독백을 하는데 이때 무대에는 여러 사람들의 ‘너는 누구냐?’ 하는 외침이 에코 효과처럼 가득 퍼진다.
신지는 자기는 뭐든 원한다고. 가정도 괜찮다. 가정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건 너희라고. 오히려 사람들을 공격하는 신지.
인간의 감정들이 자기는 방해가 되지 않고 시합을 할 수 있는 생물이라고 답하는 신지.

사람들의 너는 누구냐? 하는 외침이 다시 한 번 들리고
자기는 가족들과 유원지 가는 것도 즐겁다고. 너희와 나를 동일시 말아라. 내 욕망은 커서 너희들과는 다르다고.
단언을 하는 그 모습은 진짜 한편의 씬. 이때 쥰님의 흡입력과 오오라가 정말 장난이 아닌.
개인적으로 이 순간의 쥰님의 에너지와 연기력과 미모 등 마츠모토 쥰
자체가 신지에 빙의하는 것 같았음.


너는 누구냐? 라는 질문이 다시 한 번 쏟아지고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크게 비웃기 시작하는 신지.
그리고 이 연극의 명대사를 드디어 외치기 시작한다.



   

“나는 나다. 보면 알지 않는가. 이 육체가 나다!! (셔츠를 벗어던진다)
어차피 머리에 가득 든 바보 녀석들은 모른다. 이 몸이 나다.
이런 간단한 것도 모르면 니들의 하찮은 몽상이나
내일의 불안도 모두 육체다. 나는 나다. 이 몸이 나다!!”





마치 선언처럼 자신의 흰 몸을 드러내며 당당하게 외치는 신지.
연극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명장면인데 신지의 외침 뒤에 나오는 천둥소리가 마치 위대한 천지창조나
또 다른 초인의 탄생 같은 느낌을 주어서 그 당당한 모습을 보며 <백야의 여기사> 때 생각이 났다.
알에서 깨어난 쥰님은 선택받은 인물이어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하지만 뭔가 상처투성이의 연약하디 연약한 존재였는데
어느새 멋진 청년으로 성장한 쥰님이 이런 연기를 하는구나 싶어서 더 울컥했달까. 그리고 이런 장면은 다른 사람이 하면 자칫
비웃음을 살 수도 있는 대사며 역할인데 쥰님은 정말 이런 게 하나도 위화감이 없었다.
그래서 니나가와상도 쥰님에게 이 역할을 부탁한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