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011/あゝ、荒野_2011

[부타이 감상기 2] 아아, 황야 _ 2011.11.18 ~ 11.19

드림라떼 2011. 11. 26. 18:32


노래가 끝나면 인물들이 모두 퇴장하고 막이 내려온 무대 앞에 여러명의 창녀들(트렌스젠더 포함)이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손님을 끌면서 각자의 이상의 남자 손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또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싸우기도 하고
한명은 무대에서 내려오기도 하며 다양한 군상을 표현하는데 18일 공연에서는 앞에 올린 이미지처럼
오른편 통로측인 N30열이 자리여서 집중해서 극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가가오는 커다란 발소리에
"누구야? 공연 중 늦게 들어오며 발소리 크게 내는 사람이?" 하며
휙 옆을 돌아봤더니 어느새 내 옆에 서 있는 것이 코이데(바리캉).
그러니까 쥰님 동선은 미리 확인을 하고 왔는데 코이데의 등장이 오른쪽 통로였다는 걸 전혀 몰랐어서 처음에 꽤나 놀랐다는..
(가까이 살펴본 코이데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꽤 잘생겼던데.. 왜 쥰님 옆에만 서면 쪼그라드는 건지...ㅋ)



푸른 빛이 도는 점퍼를 입은 허름한 차림의 구부정한 바리깡은 마침 호객 행위를 하러 나온 창녀 한명에게 이끌려 호텔로 들어간다.
어느새 무대는 막이 사라지고 호텔안 세트들로 가득차는데, 무대 중앙에는 쥰님이 누워있던 파파사진으로 유명한
호텔안 메인풍경(무려 바닥이 보라색에 침대 위 쿠션이 빨강이라 여기서도 사쿠쥰 색이라며 버닝했음.
침대 외에도 왼편에 의자가 두개 침대 옆엔 스탠드, 오른편에는 냉장고, 옷장, TV 가구가 놓여 있음. 위의 쥰님 사진 참조)이 펼쳐지고
그 뒤에는 아까 호객행위를 하던 창녀들이 손님을 하나씩 끌고 들어온 여러개의 방이 주변을 에워싼다.
각자 침구와 흑백 성행위 화면이 나오는 테레비가 고작인 싸구려 호텔안의 풍경인데.. 다들 코이데에 이어 쥰님 차례까지 자기들만의 순서와 취향으로 베드씬을 열심히 연기하고 있었음.


창녀에게 이끌려 호텔방에 들어선 바리깡은 아무래도 말더듬이 치료학원을 갔다가 그대로 나온 상태로
그 등록금 2만엔(아니면 2천엔? 여튼 지폐 두 장이었음..ㅋ)을 화대로 내준 모양인데 연극에서는 책에 나와있던 말더듬이 치료를 위해
바리깡이 고민하던 그런 설명이 전부 잘려있었다. 처음에는 이처럼 바리캉의 내면적 고민과 상황을 간략화 한 것이
단지 신지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바리깡의 비중이 높아질 수록 관객의 감정적 이입 역시 깊어질 것이니 극을 위해서도 이 선택은 좋았다고 여겨진다.


여튼 여자와 방에 들어와서 막상 여자가 옷을 벗기려고하니 도망가는 바리깡. 그러더니 결국 으~~~ 하는 괴로움의 소리를 자르더니
그의 고독에 대한 나레이션이 흐른다. 바리깡은 말을 잘 못하는 캐릭터지만 나레이션이 상당히 많아 사실 코이데의 대사분량은 꽤 많았다. 
여튼 바리깡에게 돈만 받고 쉬다가라고 편하게 해주는 창녀. 그러면서 차를 내어주며 이야기를 유도하는데..
하필 질문이 어디서온 누구냐는 질문으로 이어지고(그리고 보면 신지에게도 같은 질문이 추궁된다. 1막에서는 요시코에게, 2막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마에와 다레다! 하는) 그에 대답하기 위해 나는.. 나는... 하고 말을 더듬던 바리깡의 절규에 큰 소리와 함께 호텔의 전기가 펑하며 나가고 개인적으로 이번 연극의 메인테마 곡이 아닐까 싶은 프로콜 하럼의 'A Whiter Shade Of Pale'이 흐르며 기차 기적소리와 함께 바리깡의 독백이 흐른다. 그의 외침은 "어딘가로 달려가는 기차의 75센트의 표를 달라!"라는 절규의 연속이며 호텔에 있는 모든 배우들은 그 절규를 들으며 흐느끼는데 아마도 이곳(현실)을 벗어나 자유롭고 싶으나 절대 그렇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영원한 갈망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어떤 의미로 마지막 신지가 바리깡에게 죽음을 선사한 것은 드디어 이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그 기차표를 건네 준 것인지도...
그래서 슬로우모션의 클라이막스에도 프로콜 하럼의 음악이 같이 나오는지도....






이 노래에 대한  감상을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조금 멋진 척하기 좋아하는 반항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8,90년대 영화에서 자주 쓰이던 명곡이기도 하고
이 뮤직비디오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가 처음 흘렀을 때 실소를 흘린 것이 사실이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가사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는 그 절망감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는데...
사실 너무 유행에 지난 아웃사이더 대표곡들이랄까.. 이 것은 맨 마지막 무대인사에 흐르는 라디오 헤드의 'creep'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이 역시도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싸구려 유행가에 이들의 고민을 풀어낸 것이 니나가와상만의 작은 조롱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냉정한 시선을 가지게 된 것은 역시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를 봤기 때문이라.
그 분은 희대의 영웅도 일순 조롱꺼리로 만들더라.
정말 한국에 와서 니나가와상 연극을 한번 더 본 것은 여러가지로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바리깡의 절규가 끝나면 오른편에서 요시코와 함께 등장하는 신지.
대표복장인 흰 양복에 안에는 오렌지색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신지가 바로 호텔로 직행해
바리캉이 있는 방을 거칠게 노크한다. 노크를 하며 불이 켜져있는데 아무도 없다고 속였다고 주인에게 화를 내는 신지.
그 사이 당황한 바리깡에게 창녀는 옷장안에 숨을 것을 제안하고 두 사람이 옷장 안에 숨은 후에 요시코와 신지가 방에 들어선다.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붉은색 레인코트에 붉은색 장화를 신고 있는 요시코.
사실 요시코도 신지에게 어디 출신이냐고 묻는데 신지는 여기에 베츠니~ 라고 일축.ㅋㅋ
초반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신지의 대부분의 대답이 베츠니였는데...  보는 내내 예전에 쥰님의 베츠니 좋아했던 F님 생각이 좀 났음..ㅋ


여튼.. 신지의 과거로는 어머니 이야기가 조금 나오는데.. TV에 교육에 좋지 않다고 편지를 보내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부모의 과보호에 대해 부정하는 신지의 열변이 쏟아져 나오는데(쥰님 이 긴 대사를 정말 한번도 씹기 않고.. 아.. 19일 2부 초반에 살짝... 한번.. 19일 2부는 워낙에 해프닝이 많은 날이었으니까.. ㅋ) 오히려 부모마저 부정하는 신지의 대사 뒤에 바리깡과 같은 'A Whiter Shade Of Pale'이 흐른 대비가 참 좋았다. 특히 이 노래가 흐르며 당시의 인기가수였던 무라타 히데오에게 '너의 시대'라는 가사에 딴지를 걸며 화를 내는 신지 장면이 있는데 

  



바로 침대의 오른편. 30열 라인바로 앞에 서서(앞에 첨부한 위치도 A지점) 대사를 치기 때문에 첫날은
그야말로 눈이 바로 마주쳐지며 나에게 버럭 하시는 것만 같아 도키도키했다.
특히나 무라타 히데오상~! 하면서 손가락질 하실 때는 더 뜨끔 놀랐다는..ㅋㅋ


여튼 요시코의 벗으라는 말에 과끈하게 셔츠를 위로 올리시며 탈의를 하시는 쥰님(일단은 상체만) ㅠ.ㅠ.
그리고 두 사람이 침대 안에 들어가 이불을 덮으면 조명이 꺼지며 옷장 안에 숨어 있던 바리깡이 나온다.
바리깡이 독백을 하는 사이 침대 안의 두 사람을 자세히 보면(이건 19일 오전 1부를 2층에서 쌍안경으로 그야말로 쥰님만 열심히 보면서 더 자세히 봤는데) 그 안에서 바지 벗어서 침대 밑으로 던지시는 쥰님.. ㅠ.ㅠ 그리고 대강의 위치를 잡으시는데..
우려했던 것만큼 그닥 열심히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하시진 않으셨..  (아니면 사이타마에서의 수위를 아오야마에서는 낮춘 것인지도)


여튼 바리깡의 독백이 끝나면 다시 조명은 침대 쪽으로 가서 요시코의 오르가즘 소리가 들리고(아직.. 아직.. 이라며 조르다 결국은 도망가버리는:원작 그대로) 그리고 침대에서 이불을 걷어내고 나와 어땠냐고 묻는 신지 등 두 사람의 대화가 좀 이어지고 요시코는 사워를 하러 들어간다.
그리고 신지는 홀로 남겨진다.

 

신지가 홀로 남겨지면 조명은 다시 바리깡 쪽으로 가서 독백이 이어지고 그 사이 신지는 담배를 한대 피우고(왼 편 사진)
담배를 피운 후에는 쿠션으로 자리를 잡고 편한 자세를 머리를 누이고 한숨 잠이 든다. (18일에는 쿠션 하나를 팔밑에 놓지 않길래.. 어레?? 파파 사진이랑 자세가 다르네? 싶었는데.. 19일에는 어제 자세가 좀 불편하셨는지 제대로 쿠션 정리 잘 하시고 누우시던..ㅋ  여튼 대단하신게 정말 3번 모두 한치도 움직임 없이 숨만 간간히 쉬며 꼼짝없이 누워계신데.. 조명이 갈 때도 가지 않을 때도... 흰 피부의 육체가 너무나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진짜 니나가와상이 미인 사용법을 너무 잘 아신다 싶었... 이 탐미주의 할아범 같으니라고... 어찌 저 육체의 쥰님을 이불도 덮지 않고 저렇게 팬티만 입은 채로 아름답게 눕게 할 생각을 하셨는지... 뭐.. 감사합니다... ㅠ.ㅠ 하윽...)


여튼 바리깡의 독백(사실 이런 게 중요한데 하나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고 시선은 오로지 쥰님이 나신으로만 ㅠ.ㅠ)이
끝나면 조명이 다시 침대쪽으로 가서 사워를 마치고 나온 요시코가 등장. 아무래도 손님에게 늘 거짓 오르가즘만 팔다가
신지와는 만족스런 잠자리를 한 모양인데 자신을 도망치게 한 댓가라며 신지 바지에서 지갑을 훔쳐 쏠랑 달아나버리고...
신지는 아직 세상 모르고 자고... 
 

요시코가 퇴장하면 조명이 침대 앞편으로 비춰지고 바리깡과 창녀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창녀는 어느새 의상이 흰색 드레스로 바뀌어 있음(맨 첫번째 사진 처럼)..
그리고 이 때 바리깡 대사에는 자신은 이미 죽어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하는 대사가 막나오는데(역시 마지막에 대한 암시겠지)
여튼 창녀는 그런 게 아니라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인생도 재밌는 게 있다고 알려주는데..
결국 흰 옷을 입은 창녀는 자는 신지의 침대 뒤로 가 비웃더니(이 때 스탭들이 그녀에게 와이어를 장착해주고) 죽은 건 너가 아니라며
갑자기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성스런 음악과 함께 구원의 천사가 바로 창녀가 된 셈인데(사실 테라야마 슈지상의 많은 작품에 창녀가 구원의 의미로 씌인 것도 사실이긴 한 것 같던데)... 결국 그녀도 잠시 후 죽은 걸로 판명이 된 것으로 보면 바리깡 역시 죽음으로 그녀를 구원하려 했던 것일까???


여튼 흰옷을 입은 사람이 거룩한 음악에 맞춰 하늘을 나는 것만 보고도 사스케 생각이 찔끔나던 찰나였는데
어느새 조명은 자고 있던 신지에게로... 잠을 자던 신지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대사를 하며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나는데


자신의 존재를 빛나게 해주는 육체에 대한 찬사를 외치는 장면이자
(그니까 이 작품에 육체는 신지 자신이자 신지가 바라는 힘이자 자유 ㅠ.ㅠ
그러니 완벽하고 아름다운 육체의 소유자가 신지를 해야하는 게 맞는데 그런 의미에서 니나가와상은 그야말로 완벽한 캐스팅을 ㅠ.ㅠ)
신지의 선언 같은 장면. 이후 외침이 끝나자 신지는 다시 침대 위에 쓰러져 잠들고.. 조명이 침대 옆으로 가면 옷장으로 가 문을 열어보는 바리깡... 
문을 열면 그곳에 피투성이 창녀의 시체가  있고.. 비명을 지르며 바리캉은 문을 쾅 닫고 달려나간다...


잠을 자던 신지는 바리캉의 문 닫는 소리에 놀라깨서 보면 요시코는 도망을 가고 자신의 바지 주머니도 텅 비어 있는 상태.
화를 버럭 내며 옷을 입고 호텔방을 나서는 신지로 마무리가 되어야하는데 19일 2부는 꽤 큰 해프닝이 여기서 발생.
쥰님의 벗어놓은 자켓이 의자에 걸려 있어서 바지를  먼저 입고, 그 다음 의자에 걸린 상의를 휙 잡아당겨 입어야하는데
그만 너무 터프하게 옷을 잡아당기다 의자가 넘어져버린 것. ㅋㅋ 자켓을 휙 가지고 나가면 되는 상황인데 
순간 뒤를 돌아본 쥰님 표정에 0.2초간 고민하는 표정이 스친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나는 꽤나 행운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쥰님이 내린 결론은 너무도 쥰님다운 답안이여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달까...


의자가 그냥 넘어진 것도 아니고 호텔 세트 밖으로 넘어져 있으니
(이후에 나온 배우들이 그 의자를 사용해야 하기도 하고... 나중에 스탭들이 세트를 밀어 밖으로 나가야하는데 의자가 그 밖으로 떨어진 거니)
일단 쥰님은 앞으로 걸어나와 의자를 다시 집어 들기로 결정. 하지만 돈까지 빼앗긴 성난 신지가 쓰러진 의자를 얌전히 돌려 놓는 것은
캐릭터 상으로 맞지 않는 일. 그러니 의자를 집어 들되... 안쪽으로 휙~! 던지는 터프한 마무리를 선택한 쥰님은 호텔문을 쾅! 하고 닫고
유유히 사라졌다. 역시나 마츠쥰의 상냥하고 스마트한 모범답안 브라보!!!!!